우리는 휴대폰으로 발송된 문자나 카톡부터 시작해서, 영업 전화, 앱 알림, 광고메일, 웹사이트 배너광고까지 매일 아침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과 마주하며 온갖 마케팅으로부터 유혹을 받습니다. 이게 지겨워지면 수신 차단도 설정해보고, 중요한 알람을 제외한 모든 알림을 꺼버리기도 하며 귀찮은 유혹을 떨쳐보려 노력합니다만…

과연 스마트폰을 벗어났다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설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주 사소하게는 친한 친구의 부탁부터, 호의에 대한 보답까지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우리는 회유의 의도를 담은 설득의 메시지를 항상 권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인지하고 계셨나요?

이런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법칙’에 대해 소개하며, 우리의 어떤 심리가 반영되어 마케팅에 이용되는지 살펴보도록해요.

01 상호성의 법칙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

“어린 마음에 중고차 딜러가 사주는 아이스크림에 속아 차를 구매했다. 그때는 차를 사는데 아이스크림까지 먹는 상황이 이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참 철없는 선택이었다. 딜러가 주는 호의에 홀라당 넘아가버렸다.” 모 유튜브가 자신의 어릴 적 자동차를 구매한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을 남겼는데요. 위 사례처럼 사람들은 자신에게 베풀어 준 호의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탁을 받으면 쉽게 승낙하게 됩니다.

특히, ‘빚지고는 못 산다.’는 표현은 한국인의 특징을 여과 없이 나타내는 말입니다. 정이란 고유의 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상호성의 법칙이 아주 잘 적용된 케이스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한 번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의 예식과 장례식은 한국인이 생각해도 허례허식이 많고 부담이 따르는 문화라는 것에 대다수 동의할 겁니다. 실속 있는 결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만 봐도 이를 대변하는데요. 그만큼 한국의 결혼과 장례 문화에는 ‘상호성의 법칙’에 해당하는 심리적 요인이 여실히 드러남을 의미합니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고, 인생의 중대사에 베푼 호의만큼 나도 돌려받고 싶은 마음, 반대로 해석하면 받은 호의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강박을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트 시식코너에서는 한 입 먹어보라는 말로 고객을 회유하는데, ‘맛없으면 구매하지 않아도 좋아요, 우리 제품이 이렇게 괜찮습니다’라고만 생각했다면 마케터로서 초보적인 판단입니다. 제품이 뛰어남을 어필하기보단, 먹어보라고 ‘권유’해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전략인 것이죠.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샘플을 가득 넣어주는 화장품 가게나, 덤이라며 정량보다 더 많은 반찬과 음식을 넣어주는 시장에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많이 챙겨줬으니까 많이 팔아줘야지.’ 바로 이런 심리가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02 일관성의 법칙

시즌을 넘어선 구매유도

‘일관성’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이 단어에서 우직하고 이성적이며 ‘약속’을 잘 지킬 것 같다는 신뢰감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바로 이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 결정한 일은 번복하지 않으려 하죠. 심지어 결정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의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일관적인 사람이 되려 할까요? 일관적인 사람은 이렇습니다. 결정한 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에게 신뢰감을 주죠. 일관적인 사람이 타인에게 주는 안정감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아버지’입니다. 가정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존재가 되려 노력하죠. 이 모습을 영화로 그린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1996년작, 아놀드슈왈제네거 주연의 ‘솔드아웃’ 이란 영화입니다.

영화가 그린 이야기에서 우리는 마케팅의 법칙을 캐치해낼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부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장난감 회사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끊임없이 광고합니다. 크리스마스는 다른 때와 달리 부모들이 흔쾌히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난감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결국 영화 제목 그대로 ‘Sold-out’이 됩니다. 그러자 아이에게 장난감을 선물해 주기로 약속한 아빠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장난감을 구하려 사방으로 노력한다는 스토리인데요. 여기에 장난감 회사의 함정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바로, 의도적으로 장난감을 ‘적게’ 생산한다는 사실입니다.

일부러 물량이 부족하게 출시해 부모들이 자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크리스마스가 지나더라도 구매하도록!

전략적으로 준비한 것이죠. 회사는 부모들의 ‘일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겁니다. 정말 똑똑하죠?


03 사회적 증거의 법칙

다수의 선택은 안정적인 선택의 지름길

처음 가는 빵집에서 어떤 빵을 골라야 실패 없을지 고민해 봤을 겁니다. 이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나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가장 많이 팔린 빵이 가장 맛있을 거라는 말일 테지요. 음식점을 선택할 때도 줄이 길면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자신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는 위 사례처럼 남들의 선택, 정확히는 다수의 선택을 따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으니 틀릴 일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죠. 이 선택으로 인한 리스크와 부담감을 덜어내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유행이 시작되는 이유도 이런 맥락입니다.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저렇게 입으니까, 남들이 구매하니까 적어도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듣지 않겠지라는 생각. 해보셨지요?

여기서 마케팅적으로 접근해봅시다. 인터넷 쇼핑몰은 후기에 집착합니다. 단순히 인터넷은 직접 보지 못하니까 사용자들이 괜찮다는 품평을 써주면 상품의 질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일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다수의 선택’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사회적 증거’라고 부르는데요.

A 제품과 B 제품이 있습니다. 품질과 성능 부분에서 별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가격이 조금 차이 납니다. 그런데 A는 후기가 많고, B는 없네요.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대부분 A 제품을 선택할 겁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구매했거든요. 많은 사람이 구매했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이 적을 것이란 판단과 그 근거로 ‘후기’가 증명하거든요.

이렇듯 사람들은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해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마케팅 업계는 고객에게 긍정적인 구매경험과 후기 혹은 공유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04 호감의 법칙

잘생기면 다야? 응 다야!

 

여러분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시나요? 다들 아니라고 하지만, 외적으로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게 끌리는 법입니다. 옥스퍼드대 임상심리학 교수 대니얼 프리먼은 호감의 법칙 4가지를 이야기했는데요.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도 매력적인 외모에 끌리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편하게 받아들여도 좋겠습니다:) 외모는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 즉 첫인상이 결정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준수한 외모나 호감적인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하는 것이죠. 이것을 ‘후광효과’라고도 하는데요. 고객은 연예인이 주는 이미지로 상품과 브랜드를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 역시 판단합니다. 연예인이 주는 후광으로 인해 브랜드와 상품이 좋아 보이는 효과죠.

그렇다면 못생기면 호감을 살 수 없는 건가요? 걱정 마세요, 다른 방법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가까울수록 친밀감을 느끼고 나와 비슷한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 방법을 아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영업사원입니다. 보험 판매원과 대화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구매를 결정하진 않았나요? 유려한 말솜씨도 말솜씨지만, 이들의 대화법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이들은 잠재 고객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나이, 종교, 습관 등 비슷한 부분을 찾아 그 부분에서 공감대를 얻으려 하거든요. 사람은 나와 비슷한 사람일수록 친근감을 느낀다는 말 기억하시죠?

혹은 판매원의 ‘00친구예요.” 라는 말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중고차를 구매하진 않았나요? 여기서 영업사원이 이용한 방법은 가까운 지인을 거론해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게 만든 겁니다. 또 지인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심리이기도 하죠. 마케팅에서는 친구 추천을 통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것 역시 이에 해당된답니다

 

아는 사람일수록 친근감을 느끼는 법이거든요.


05 권위의 법칙

전문성이 주는 무한신뢰, 복종의 기술

호감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며, 옥스퍼드 대학교수의 말을 인용해 외모로 호감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 편하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금 안심이 되셨나요? 그렇다면 이는 대학교수라는 지식인이 가진 ‘권위’의 힘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전문성 있는 사람의 말에 더 신뢰하고 복종하는 경향이 있죠.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귀에 염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주치의는 그에게 오른쪽 귀에 약을 투약할 것을 지시하며 처방전에 ‘Place in Right ear( 오른쪽 귀에 투약하시오)’를 약식으로 ‘Place in R ear’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이를 본 간호사는 엉뚱하게 항문에 약을 투여했는데요. ‘Place in Rear(항문에 투약하시오)’라고 이해한 것이죠. 하지만 의아한 것은 환자는 간호사가 자신의 항문에 약을 투여해도 별다른 항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듣기만 했을 때는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사실 병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의사’가 주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위치에 모든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복종하기 때문이죠. 이런 일은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은 사람이 하는 말도 쉽게 수긍하게 되죠. 직장인이라면 이런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업계에서 오래된 사람이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테니, 내가 실수를 하는 것보다 저 사람의 말을 따르는 편이 책임의 소지가 분명하다는 것을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광고에서도 상품이 가진 이미지와 걸맞은 연예인을 내세웁니다. 보험광고에는 신뢰감 있는 사람을, 상조회사에서는 나이 들고 경험 많은 사람을, 약품 광고는 의사 역할을 오랫동안 맡은 배우를 선택하는 것처럼요.

이는 후광효과와 권위의 법칙이 함께 적용된 사례가 되겠군요.


06 희귀성의 법칙

부족하면 더 갖고 싶어지는 매직, 헝거마케팅

홈쇼핑을 보다 보면 살 마음이 없다가도 ‘매진 임박’이란 단어가 뜨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꼭 사고 싶던 물건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죠. 희귀성이 가진 심리는 이런 이유입니다. 선택의 자유를 빼앗긴다는 두려움. 이 마음을 이용해 상품을 신중히 고려할 시간을 줄여 단숨에 판매하려는 마케팅입니다.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한때 대박 친 과자 ‘허니버터칩’을 기억하시나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그 인기를 실감하듯, 많은 편의점과 슈퍼에서 허니버터칩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더라죠. 하지만 정말 과자를 얻은 사람은 몇몇 되지 않았고, 품절 현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사재기하기 바빠졌습니다. 오죽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이 과자를 기존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재 팔기도 했고요.

몇 년 전에는 과일 맛 소주가 대박 치며 주류 브랜드에서는 갖가지 과일 맛 소주를 출시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이 유행의 스타트를 맨 처음 끊은 ‘순하리’의 위력은 상당했죠. 어느 편의점을 가도 품절이라 희귀품 취급받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좋은데이에서 출시한 블루베리 맛 소주가 풀렸을 때는 이 소주를 파는 가게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고요. 요즘은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과자가 잠시 이런 현상을 겪기도 했네요.

즉, 희소성 전략은 부족하면 더 간절해지는 인간의 허를 콕 찌른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라면 사람의 심리를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구상해야합니다. 독특하고 재밌는 아이디어일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기 유리하겠지만, 기본은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겠죠.

신선한 생각이 떠오르지않아 걱정된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심리학을 다시 배워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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